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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영 칼럼] 진정한 이해와 용서를 위하여
2010년 08월 30일 (월) 15:25:32 강선영 news@fdnews.co.kr

진정한 이해와 용서를 위하여

강선영원장 [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www.kclatc.com]

“어릴 때 저희 엄마는 늘 아파서 누워계셨죠… 저는 그때 일곱 살밖에 안됐는데 아픈 엄마를 늘 보살펴드려야 했죠. 엄마를 돌봐줄 사람이 없었거든요… 그 나이답게 어리광도 못 부리고 짜증 한번 안냈어요. 사람들은 저보고 의젓하다고 했고 착하다고 했지만 저는 너무 힘이 들었어요… 저에게는 저를 돌봐줄 엄마가 필요했어요.”

“저는 집을 나가버린 엄마를 이해하려고 했어요. 늘 술 먹고 와서 폭력을 휘두르는 아빠를 견딜 수 없었겠죠. 그렇지만… 그렇게 나가버리면 남아있는 나와 동생은 어떡하라고… 그 생각은 왜 안했을까요? 그래도 이해하려고 애썼어요. 엄마도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우리 엄마 아빠는 늘 불행해 보였어요. 한 번도 다정한 모습을 본 적이 없어요. 늘 굳은 표정으로 서로 대화도 안하고, 가끔 말다툼을 심하게 하는 것 외엔 마주보는 일도 없었어요. 그래서 그럴까요… 저도 결혼 이후 한 번도 행복하지 않았거든요. 지금은 엄마 아빠가 이해되기도 해요. 제가 결혼해 보니까… 이해는 되지만 저는 너무 괴로워요.”

“아버지는 원래 말씀이 없으신 분이셨죠. 늘 과묵하고 생각에 잠겨있고… 한 번도 웃는 걸 못 봤어요. 저는 아버지 가까이 가는 게 무서웠어요. 아들로서 아버지와의 거리감은 늘 무거운 부담감이었던 것 같아요. 하시던 사업이 망하고 나서는 거의 술로 사셨죠. 그런 아버지를 어릴 때부터 이해하고 인정해 버렸던 것 같아요.”

 “우리 집엔 아들이 귀했어요. 제가 태어나자 할머니는 저를 차가운 윗목에다 밀어버리고 삼일동안 젖을 안 먹였대요. 그냥 죽어버리라고… 엄마는 딸을 낳은 죄인이 되어서 산후조리도 못하고 밭일을 나가셨대요. 그래서 평생 신경통이 왔다고 하시죠… 그래서… 엄마가 저를 미워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자랐어요. 내가 아들이 아니어서… 그게 내 죄는 아닌데도….”

듣고 있으면 마음 밑바닥까지 저미는 이야기들이나 숨이 막힐듯한 답답함이 치밀어 올라오는 이야기들을 가슴 한가득 가진 마음이 아픈 이들이 저를 찾아옵니다. 너무 빨리 용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너무 빨리 이해하고 애어른이 되어 살아가는 무거움을 많은 사람들이 경험했다고 고백합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투정도 안 부리고 부모가 시키는대로 무조건 따르면 착한아이라고 칭찬합니다.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리고,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버리면 얼마나 오랫동안, 어쩌면 평생 동안 무거운 생의 짐을 지고 가야하는데도 우리는 그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 가운데서 어린 시절을 어린이답게 살지 못했다 해도 그것이 한사람의 영혼에 무게를 더하여, 유연함과 개방적인 태도를 잃어버리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어린 시절에 그런 돌봄과 사랑이 부족했다면, 지금부터라도 그 결핍을 채워야 합니다. 결핍을 채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현재의 가족으로부터 채우는 방법입니다. 결혼 이후 형성된 새로운 가족으로부터 우리는 가장 좋은 돌봄과 사랑과 격려를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

그것을 모른 채 살아가면, 어린 시절의 결핍을 너무 빨리 이해해 버리고 난 후 계속해서 무의식으로 올라오는 심리적 결핍에 대한 상처가, 왜곡된 인지구조를 만들어 자신과 가족을 속박하게 됩니다. 속박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자녀들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기거나 신경증 환자를 만들어 놓게 됩니다. 그러고 나서 ‘나는 자랄 때 그러지 않았는데 저 녀석은 왜 저런지 모르겠어. 호강에 겨워 그런 거지…’라고 빈정거립니다.

결혼 이후에 만들어진 새로운 가족은 큰 축복이며 은총입니다. 그 가족 관계 안에서 새로운 기쁨과 행복과 결핍에 대한 치유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면의 재구조화가 필요합니다. 마음 속을 정확하게 들여다보고 새로운 관점에서의 나 자신을 인식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관점, 내가 만들어놓은 틀이나 기준, 나의 가치관과 세계관 등이 너무나 주관적이고 왜곡된 것이어서 가족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너무 빨리 이해해서 생긴 불편함은 생애 내내 따라다니며 걸리적거립니다. 이해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 그 시절의 자신의 분노의 감정과 억울한 느낌과 슬픔을 다시 정리하고 치유받는, ‘자기자신 드러내기’ 작업을 깊이깊이 해야만 됩니다. 그러면 설익은 이해가 아니라 영혼 깊이 진정한 이해를 하게 되고, 밀어내었던 부모님이나 형제나 조부모님을 다시 껴안을 수 있게 됩니다. 진정한 사랑은 거기서부터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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