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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영 칼럼] 가시고기 아빠의 사랑과 기적
2010년 09월 13일 (월) 13:30:53 곽미진 기자 mijini0514@naver.com

강선영원장 [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www.kclatc.com]

행복한 한 남자를 알고 있습니다. 그는 나이도 많고 집도 없으며 많은 빚을 졌으며 안정된 직장도 없고 얼마 전 이혼을 했으며 세 명의 남자 아이를 혼자 떠맡아 키워야하는 불행한 남자였습니다. 삶의 밑바닥까지 떨어진 그가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자신의 아픔과 힘든 상황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받게 되었습니다. 카메라가 돌아가는 연극무대의 환한 조명 빛 아래에서 눈물을 흘리며 천천히 말을 이어가는 그를 바라보며 도움을 주기 위해 그 자리에 있었던 나는 그의 내면에서 솟아나는 한 줄기의 희망을 바라보며 오히려 위로와 힘을 얻었습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상처를 받고 삽니다. 때로는 그 상처들이 너무 많아서 지탱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이 드는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상처받는다고 모든 사람들이 다 절망에 빠져 허덕이는 건 아닙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상처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 상처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가며 혹은 발견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상처와 고통을 어떻게 해석하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생길을 걸어가게 되는 것이지요.

TV에서는 세 아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살아가는 그를 향해 ‘가시고기 아빠’라는 별칭을 붙여주었습니다. 아들이 먹을 밥이 모자랄까봐 자신의 밥을 덜어주고, 자식을 위해 약한 몸을 이끌고 심한 노동을 하고, 차비를 아끼려고 한 시간 거리의 직장을 걸어가고, 배불리 먹이지 못하는 아이들 때문에 남몰래 눈물을 흘리는 그를 향해서 시청자들을 아낌없는 위로와 격려를 해 주었습니다.

방송에 비춰진 면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지금의 결과가 그의 잘못도 없진 않겠지만, 그래도 그의 부성애는 직접 얼굴을 대면하고 상담했던 나에게도 너무나 절실하고 한 점 거짓없는 진실로 전해져 왔습니다. 자존심을 내려놓고 도움의 손길을 받으며 성실하게 직장생활을 하는 모습, 작지만 깨끗한 집으로 이사도 하게 되었고, 큰 아이가 받은 상장들을 새 집 벽에 걸으며 자부심 가득한 웃음을 짓던 모습, 세 아들과 함께 새로운 각오를 다짐하던 모습들을 보면서 이제 이 가족은 어떤 어려움도 잘 헤쳐 나갈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실명과 얼굴이 적나라하게 나오는 TV에 온 가족이 출연하겠다는 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전 국민에게 그대로 노출되어 앞으로 어떻게 사는가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한동안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그런 결심을 한 것은 오직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원하는 것을 하게 해 주고 싶은 아빠의 마음, 그 한 가지 생각으로 그가 어려운 결심을 한 것입니다.

TV에 나오는 장면은 불과 얼마 되지 않지만 그 장면들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거의 보름 가까운 시간동안 매일 촬영을 해야하는 수고와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그 아빠가 절망의 나락에서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은 큰 효과가 있었습니다. 아직도 어린 세 아들, 초등학교 4학년, 5학년, 중1짜리 아들들은 엄마가 없는 빈자리를 눈물을 삼켜가며 지켜가고 있었고 집안일도 서로 나눠서 고사리 손으로 설거지며 청소하는 모습도 비춰졌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을 한 명씩 상담하면서 알게 된 것은 아이들마다 말 못하는 아픔과 상처가 한 아름씩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수년 째 늘 다투기만 했던 부모의 관계, 그리고 급기야 이혼 후 엄마와 헤어지게 된 지금의 현실까지 아이들은 너무 큰 상처를 받은 채 치료의 과정도 없이 서둘러 덮어놓고 서로서로 아무 말도 못한 채 견디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상처가 하나씩 드러나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어른들로 인해 아이들이 원치 않는 상처를 받았고 그 상처를 견디기에는 아이들은 아직 너무 어렸습니다. 상처받은 어른들 역시 심리적으로 미성숙하면 스스로 만든 상처 속에 갇혀 아이들의 상처마저 가두어두게 됩니다. 그리고 아프다는 이야기를 할 수 없는 가족 구조를 만들고 가족 비밀을 만들어 그 상처가 치유받을 기회를 차단하고 오히려 상처를 큰 덩어리로 키웁니다. 그리고 상처를 통해 성장할 기회마저 차단된 채 나이를 먹다가 어느날 그 상처가 스며나와 또다른 상처로 가족을 아프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시고기 아빠’에게 가족비밀처럼 굳어진 상처를 풀어놓을 수 있도록 권유했습니다. 상담장면을 모니터로 보면서 그가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이들이 그렇게 상처가 큰 줄 몰랐어요.....”

마지막 생명이 꺼지는 순간까지도 자신의 살을 떼어 자식들에게 나누어 준다는 가시고기, 그 가시고기를 닮은 부성애를 몸소 보여주었던 한 아빠의 사랑은 더욱 무르익어 세 아들에게 넘치도록 부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의 치유적 사랑이 아이들의 상처까지 모두 아물게 하고 날이 갈수록 기적으로 펼쳐질 것을 기대해 봅니다.

우리의 ‘가시고기 아빠’이신 주님은 우리에게 살을 모두 떼어 나눠주시고 우리의 상처를 아물게 하셨고 영원토록 변함없는 사랑을 부어주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또다시 상처투성이가 되어 신음하게 될 때가 올지라도 우리가 영원히 절망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또다시 상처를 딛고 일어나 그전보다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소망 가운데 살게 되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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